미·일 장기 국채금리 급등…40조달러 美 부채에 AI 회사채까지 부담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일본과 유럽에서도 재정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 나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채권시장 전체의 공급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를 크게 웃돌면서 장기금리 상승이 정부 재정은 물론 주식시장과 기업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 5.33%…19년 만에 최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8일 현지시간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연 5.33%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최근 연 4.75% 안팎까지 올라 약 1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을 팔려는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수익률인 금리는 상승한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투자자들이 장기간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과거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일본 10년물도 30년 만에 최고 수준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연 2.945%까지 상승했다.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국가라는 점에서 최근의 금리 상승폭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장기 국채금리가 크게 올랐다.

독일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프랑스 국채금리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에서 장기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이번 움직임이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정 건전성 우려가 장기금리 밀어 올려

장기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를 때 시장에서는 각국 정부의 재정 상황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해석한다.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채권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까지 함께 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물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장기채를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가부채 40조달러 눈앞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국가는 미국이다.

워싱턴포스트가 미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39조9000억달러 수준까지 증가했다.

현재 증가 속도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40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40조달러는 원화로 환산하면 수경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문제는 국가부채 자체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신규 국채를 발행하거나 기존 국채를 차환하면 이전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이자 비용만 연간 1조달러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국채 이자 비용이 연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국방 분야에 사용하는 연간 예산과 비슷한 규모다.

세금으로 거둔 재정 가운데 상당한 금액을 정책 사업이나 투자보다 기존 국가부채의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장기 국채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정부의 이자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앞으로도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지할 경우 신규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다시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도 경기부양 정책에 재정 우려 확대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 역시 정부 재정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나서면서 향후 국채 발행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수록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을 더욱 민감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일본 장기금리 상승은 일본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 국채시장의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일본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해외 채권보다 자국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과 유럽 국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유럽도 성장 둔화와 재정 부담 겹쳐

유럽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확대 필요성과 정부부채 관리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높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국채 투자자들이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유럽 각국이 경기부양과 국방비 확대, 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유럽 국채 발행 증가로 연결되면서 장기금리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AI 투자 붐도 채권시장에 새로운 변수

최근 장기금리 상승을 설명하는 또 다른 요인은 AI 산업의 급격한 투자 확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와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가 동일한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의 자금을 두고 경쟁한다는 점이다.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 기업이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하는 회사채를 대량으로 공급하면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대신 회사채를 선택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빅테크 회사채 만기도 장기화

AI 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규모뿐 아니라 만기 구조에서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최근 AI 관련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 회사채 발행 비중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들이 단기간 필요한 운영자금이 아니라 앞으로 수년 동안 이어질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장기 회사채 공급이 늘어나면 미국 10년물과 30년물 국채 등 장기 국채와 직접적인 투자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채권 시장 전체의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AI 투자 확대가 예상 밖의 금리 변수가 된 이유

AI 산업 투자는 일반적으로 기술주와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부지와 전력망, 냉각시설, 서버, AI 가속기 등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이를 모두 보유 현금으로 해결하지 않고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 글로벌 채권 공급 자체가 크게 증가한다.

투자자가 소화해야 할 채권 물량이 많아질수록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채와 회사채 금리 모두에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AI 투자 붐이 기술산업 성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주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장기금리 상승하면 증시에도 부담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채권 투자자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할인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미래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들은 장기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이 신규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빌리는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장기채 금리 상승세 지속 여부가 핵심

향후 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가 계속될지가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진다면 시장금리 상승세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주요국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지속하고 대규모 국채 발행까지 이어갈 경우 장기금리는 쉽게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AI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기업들의 장기 회사채 발행까지 계속된다면 글로벌 채권시장에는 상당 기간 공급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재의 장기금리 급등은 단순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정책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40조달러에 다가선 미국 국가부채와 주요국 재정 확대, 인플레이션 우려, AI 투자에 따른 회사채 발행 증가가 동시에 얽히면서 글로벌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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