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851㎜ 기록적 폭우…남해안 산사태·침수 피해 속출

거제폭우

광복절 연휴 동안 남해안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남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거제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주민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다.

부산과 울산, 전남·광주, 제주에서도 도로와 농경지가 물에 잠기거나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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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누적 강수량 851.1㎜…6시간 동안 500㎜ 넘게 쏟아져

17일 기상당국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경남 남해안에는 매우 많은 비가 집중됐다.

피해가 가장 컸던 거제의 경우 이날 오후 1시까지 누적 강수량이 851.1㎜에 달했다. 특히 17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불과 6시간 동안 508.8㎜의 비가 집중되면서 곳곳에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도로와 주택뿐 아니라 교량, 상수도 시설 등에도 피해가 이어졌다.

거제 옥포동 산사태로 20대 1명 숨져

가장 큰 인명피해는 거제시 옥포동에서 발생했다.

17일 오전 4시 42분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토사가 아파트 1층을 덮쳤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구조 인력 약 170명과 장비 62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구조 과정에서 총 4명이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20대 1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또한 50대 여성 1명이 왼팔 골절상을 입는 등 부상자도 발생했다.

추가 산사태 가능성이 제기되자 소방당국은 오전 7시 아파트 2개 동 150세대를 대상으로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후에도 위험이 계속되면서 오후 1시께 1개 동에 대한 추가 대피 조치가 이뤄졌다.

덕포동과 상동동 등 거제 다른 지역에서도 산사태가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추가적인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거제 주민 335명 대피…조선소 일부 시설도 침수

주택과 도로 침수로 주민들이 고립되는 상황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거제 회진마을 등에서는 주민 20여 명이 물에 고립돼 구조 작업이 진행됐으며 아주동 예솔마을에서는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면서 주민 약 100명이 긴급히 몸을 피했다.

거제시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총 208세대, 335명이 마을회관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

지역 산업시설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거제지역 조선소 일부 도크가 침수되면서 작업에 차질이 생겼고 일부 사업장은 휴무 조치에 들어갔다.

사등면에서는 거센 물살을 버티지 못한 교량이 파손됐으며 거제면과 둔덕면에서는 상수관로가 손상됐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18일까지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예상됐다.

시내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운행에도 영향을 미쳤고, 경남지역 학교 10곳에서는 건물 또는 운동장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통영 곤리도에서도 산사태…60대 여성 구조

인근 통영에서도 폭우로 인한 산사태 사고가 발생했다.

통영 곤리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주택에 있던 60대 여성이 토사에 매몰됐다.

해경은 약 1시간 30분 동안 구조작업을 벌여 주택 화장실에서 여성을 구조했다. 구조된 여성은 양쪽 다리 골절이 의심되고 저체온증 증상을 보였지만 그 외 심각한 건강 이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집중호우로 오후 2시 20분 기준 경남에서는 거제 사망자 1명과 부상자 2명, 통영 부상자 1명 등 총 4명의 인명피해가 집계됐다.

시설 피해도 상당했다. 당시 집계 기준으로 도로 12곳과 하천 4곳, 산사태 23곳, 주택 20개소에서 피해가 확인됐으며 2030세대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부산·울산도 도로 통제와 시설물 피해

부산에서도 집중호우로 주요 도로와 지하차도의 통제가 이어졌다.

사하구 두송대선터널 양방향이 한때 물에 잠겼다가 배수 작업을 거쳐 통행이 재개됐다.

온천천 주변의 세병교와 연안교, 수영교를 비롯해 초량·진시장·기장군 무곡 지하차도 등 침수 위험이 높은 시설에도 출입 통제가 실시됐다.

상습 침수지역으로 알려진 부산데파트 앞 중앙대로 일대에서는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도로에 포트홀이 발생해 관련 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울산 역시 지역에 따라 최대 140㎜의 비가 내렸다.

중구 교동의 한 주택가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졌으며 남구 신정동에서는 가로수가 도로 쪽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가로수를 피하기 위해 택시가 급정거하면서 탑승하고 있던 60대 남성이 허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남 지역 농경지 침수…해남 소하천 제방 피해

전남·광주 지역에서도 세 자릿수 강수량을 기록한 지역이 잇따랐다.

해남군 솔라시도에는 최고 199㎜의 비가 내렸고 영암 삼호 181.5㎜, 목포 161.5㎜, 여수 돌산 142.5㎜, 광양 139.5㎜, 진도 수유 132㎜, 순천 109.5㎜ 등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해남에서는 소하천 제방 유실 신고가 2건 접수됐다.

농업 분야 피해도 발생했다. 당시 집계된 농경지 침수 면적은 19.1㏊였으며 농작물 쓰러짐 피해도 0.3㏊가량 발생했다.

제주 한라산 375.5㎜…기상 악화 속 인명사고도

제주에서는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한라산을 중심으로 375.5㎜의 비가 내렸다. 일부 해안지역에도 100㎜ 안팎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오전 한때 호우특보가 해제되며 비가 잠시 잦아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후 1시 30분부터 제주시 중산간과 제주시 동부, 서귀포시 동부에 다시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한경면의 한 포구에서는 물에 빠진 30대 남성을 이송하려 했으나 기상 악화로 닥터헬기 운항이 어려워졌고, 해당 남성은 결국 숨졌다.

서귀포시 516 숲터널에서는 나무가 도로 위로 쓰러지면서 차량 통행이 지연되는 등 추가 피해도 발생했다.

경남도·거제시 긴급 복구 돌입

피해가 집중된 경남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이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경남도는 거제와 통영 등 피해지역을 점검하고 산림청과 군부대 등의 굴삭기 및 덤프트럭을 피해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물에 잠긴 지역에는 배수 작업을 위한 양수기도 투입됐다.

거제시는 오전 8시부터 전 직원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했다. 도로와 주택가로 밀려든 토사와 각종 잔해를 제거하고 막힌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 피해 복구에 나섰다.

교육시설 피해에 대해서도 대응이 진행됐다. 경남도교육청은 피해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우선 확보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응급복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예비비와 재난복구비 등을 활용한 지원도 검토한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지원도 추진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통영 4개 시장과 거제 11개 시장에서 침수와 토사 유출 등에 따른 점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침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전기·가스 사고를 막기 위해 관계기관에 긴급 안전점검을 요청하는 한편, 피해 소상공인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현장 지원과 금융지원 대책도 가동하기로 했다.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한 남해안 지역에서는 이미 많은 비가 내린 탓에 지반이 크게 약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비가 그친 이후에도 산사태와 축대 붕괴 등 추가 피해 가능성이 있어 위험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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