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시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를 살펴보면 증시는 대체로 선거 직전까지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특히 9월 전후가 상대적인 약세 구간으로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다만 올해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인플레이션, 미국 장기금리 등 증시 방향에 영향을 줄 변수가 적지 않아 과거의 계절적 패턴만을 근거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간선거 해 9월 약세…선거 이후 평균 22% 넘게 반등
신영증권이 과거 미국 중간선거가 열린 해의 증시 흐름을 분석한 결과,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9월을 전후해 시장이 저점을 형성한 뒤 선거가 끝나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패턴이 자주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중간선거 이후 증시의 평균 반등폭은 약 22.7%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1930년 이후 진행된 24차례 중간선거 사례를 기준으로 선거가 끝난 뒤 6개월 동안 S&P500 지수가 상승한 경우는 약 96%에 달했다.
사실상 대공황 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간선거 이후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나타낸 셈이다.
선거 결과보다 ‘불확실성 해소’에 시장 반응
흥미로운 점은 어느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는지가 주가 반등 여부를 크게 좌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당이 승리하거나 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과 관계없이 선거라는 정치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월별 평균 수익률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확인된다.
과거 중간선거가 있었던 해에는 6월 평균 수익률이 -1.3%, 9월이 -1.5%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반면 선거가 가까워지는 10월에는 평균 2.4%, 11월에는 평균 2.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즉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주가가 흔들린 뒤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10~11월부터 분위기가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과거에도 반등 공식 깨진 사례 존재
중간선거 이후 증시 상승 확률이 높았다고 해서 매번 반등한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난 이후 60일 수익률이 -5% 이하로 떨어졌던 대표적인 사례도 세 차례 있었다.
1930년 대공황과 1974년 오일쇼크, 201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및 미·중 무역전쟁 시기다.
공통점은 정치적 불확실성보다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큰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나 급격한 금리 상승, 전쟁, 경기침체와 같은 거시경제 위험이 발생할 경우 중간선거 이후 증시가 오른다는 과거의 계절적 패턴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최대 변수는 국제유가와 물가
현재 미국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로는 물가가 꼽힌다.
최근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다소 둔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타났다.
그러나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국제유가가 다시 크게 오를 경우 물가가 재차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통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상승하면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운송비와 생산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WTI 80달러 지속되면 CPI 다시 오를 가능성
한국투자증권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가격이 월평균 배럴당 80달러 안팎을 유지한다면 다음 달부터 미국의 헤드라인 CPI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 상황과 국제유가 움직임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크지만 8월 CPI 상승률이 3.6~3.7%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려워지고 시장금리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장기 국채금리는 높은 수준
현재 시장에서 또 하나 주목하는 변수는 미국 국채금리다.
미국 기준금리가 3.75%에서 연초 이후 동결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12일 현지시간 기준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약 4.1%, 10년물은 4.6%, 30년물은 5.2%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0년물과 30년물 등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물가 부담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 역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장기금리 상승, 성장주에는 더 큰 부담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술주나 성장주는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기업이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대형 기술주를 비롯해 나스닥과 S&P500 전반에 조정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단순히 중간선거 시기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 장기금리 움직임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 선거 앞두고 유가 안정 나설 가능성
반대로 시장금리 상승이 곧바로 미국 증시의 장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경제와 생활물가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최근 조사에서도 경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문제로 꼽은 응답 비중이 44%에 이르면서 의료, 이민, 안보 등 다른 이슈를 크게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행정부 입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을 방치할 경우 휘발유 가격과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책적 수단을 활용해 국제유가의 상승폭을 제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8월 잭슨홀 미팅도 증시 변수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도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요소다.
오는 27일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발언을 통해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높은 시장금리로 인한 주식시장 부담 역시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하면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결국 9월 미국 증시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뿐 아니라 유가와 물가, 연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학개미, 9월에는 변동성 확대 대비 필요
과거 통계만 보면 미국 중간선거 해의 투자 전략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9월을 전후해 증시가 약세를 나타내고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반등한 뒤 선거 이후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중동 지정학적 위험과 국제유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장기 국채금리 등 과거 평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중간선거 이후 증시가 상승했다는 과거 통계만을 근거로 특정 시점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라면 S&P500이나 나스닥 지수 자체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움직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동시에 장기금리가 하향 안정된다면 과거 중간선거 이후 나타났던 증시 반등 패턴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유가와 물가가 다시 오르면서 장기금리까지 상승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미국 증시의 반등 폭은 제한될 수 있다.
결국 올해 하반기 미국 증시의 방향은 중간선거 결과 자체보다는 물가와 국제유가, 그리고 미국 장기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