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제개편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이른바 ISA 제도를 일부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의 반발이 컸던 연간 납입한도 이월 폐지와 계약기간 제한을 다시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반면 부동산 세제는 공제 방식과 세율 등 핵심 골격을 유지한 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부 조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친 뒤 수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검토하고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ISA 납입한도 이월 다시 허용될 가능성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기존 ISA와 새롭게 도입되는 ‘생산적 금융 ISA’의 운영 방식을 크게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ISA 연간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길 수 없도록 하고, 기존 ISA는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생산적 금융 ISA 역시 납입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그러나 입법예고 이후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가입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정 연도에 자금 여력이 부족해 납입한도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이를 다음 해에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투자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 자산을 운용하면서 복리 효과를 누리려는 투자자들에게 계약기간 제한이 지나치게 경직된 제도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기간 역시 사실상 장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조정은 기존 ISA와 생산적 금융 ISA 모두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 ISA와 생산적 금융 ISA 혜택 차이는 유지
납입 방식과 계약기간이 완화되더라도 두 종류의 ISA 사이에 설정된 납입한도와 세제 혜택 차이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일반 ISA의 총 납입한도는 1억원이다.
반면 생산적 금융 ISA는 총 2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투자수익에 적용되는 비과세 혜택 역시 생산적 금융 ISA가 더 큰 구조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ISA를 별도로 만든 이유가 국내 자본시장으로 장기 투자자금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 만큼 상품별 혜택 차이까지 없애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수정이 현실화되더라도 ISA 제도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수준의 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주식형 ETF 포함 요구는 반영 어려울 듯
생산적 금융 ISA의 투자 대상에 해외주식형 ETF를 포함해 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구상한 생산적 금융 ISA는 국내 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국내 자본시장과 관련된 상품을 중심으로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해외주식이나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까지 투자 대상에 포함할 경우 국내 기업과 자본시장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 ISA와 생산적 금융 ISA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생산적 금융 ISA는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대신 투자 가능한 자산의 범위를 국내 중심으로 제한하는 현재의 기본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세제는 기본 틀 유지 전망
ISA와 달리 부동산 세제는 큰 폭의 수정 없이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쟁점으로는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와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 방식, 실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을 인정하는 비거주 예외 요건 등이 꼽힌다.
정부는 세율과 공제 체계 등 핵심적인 구조는 유지하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부 쟁점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내부에서도 부동산 세 부담 조정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일부 의원들은 종부세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 부담 상한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 150%에서 200%로 확대 추진
정부가 마련한 세제개편안에는 종합부동산세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종부세율 인상 효과가 실제 세 부담에 반영될 수 있도록 상한선을 높이는 취지다.
다만 세 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존 150%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세 부담 상한 문제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주요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기본안을 그대로 유지할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절충안을 마련할지는 향후 심사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 공제 14억원 적용
부부가 공동명의로 주택 한 채를 보유한 경우 종부세 계산 방식과 관련한 관심도 높다.
현재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신청하면 단독명의와 동일하게 종부세 기본공제 12억원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 개편안이 시행되면 이 공제액은 14억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공동명의 주택 보유자의 경우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일반 공동명의 방식과 1세대 1주택 특례 가운데 세 부담이 더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명의 자체에 새로운 제한을 두기보다는 납세자가 공제 혜택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거주 예외 사유는 추가 확대 검토
부동산 세제에서 상대적으로 수정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실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예외 규정이다.
정부안에서는 취학이나 직장 변경,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다른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긴 경우 최대 3년까지 해당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공사로 인해 실거주할 수 없는 기간 역시 인정 대상이다.
입법예고 과정에서는 손주를 돌보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나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지에 전세로 거주하는 사례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 같은 내용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어 정부가 일부 사례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책도 보완 검토
정부는 상속·증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기업 주가를 낮춰 세 부담을 줄이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한 제도도 손질할 계획이다.
정부안은 일정 기간 주가순자산비율, 즉 PBR이 시장 평균보다 지나치게 낮거나 중복상장 및 교환사채 발행 등의 행위와 함께 주가가 장기간 하락한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누적 12개 반기 동안 코스피 업종별 PBR 하위 25% 또는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가 판단 기준에 포함된다.
또 최근 1년 안에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이 있었고 주가가 최근 3년 평균보다 30% 이상 떨어진 경우도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요건에 해당하면 주식 평가 기간을 확대하고 최소 30%를 추가 반영하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PBR 기준 실효성 논란…과세 대상 조정 가능성
시장에서는 정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책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 논란도 나오고 있다.
특정 기간의 PBR만 관리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정상적인 기업 경영까지 세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고려해 과세 대상 범위를 조정하거나 상속세 부담이 실제 상속재산 규모를 넘어서는 상황을 막기 위한 상한 규정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도 별도의 제도 개선안이 발의된 상태다.
일부 법안에서는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기업에 대해 상속세 평가 시 시장가격 대신 비상장회사 평가 방식을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제시됐다.
상법·자본시장법 개선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
주가 누르기 문제를 단순히 상속·증여세 계산 방식으로만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주주 보호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일정 기간 PBR이 1배 미만인 상장기업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작성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회사 측의 찬반 의견과 이사의 이해관계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주주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주요사항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도 논의되고 있다.
결국 세금 부담을 높이는 방식만으로 주가 하락을 막기보다는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 제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부, 다음 달 초 수정안 국회 제출 예정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을 검토한 뒤 세제개편안의 최종 수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ISA의 납입한도 이월과 계약기간 제한 완화 등 투자자 편의와 관련된 부분은 수정 가능성이 높은 반면, 부동산 세제의 핵심적인 세율 및 공제 구조는 정부안이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누르기 방지책과 부동산 비거주 예외 규정은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부 요건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한 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향후 국회 심사에서는 ISA 세제 혜택과 종합부동산세 부담, 주가 누르기 방지책 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